안산에서 20년을 살면서 운전면허만 있고 자동차는 탈 줄 몰랐어요. 친구들은 주말마다 드라이브도 가고 회사 출장도 자기 차로 다니는데, 저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려야 했거든요. ㅠㅠ 회사에서 담당자 차를 빌려 출장을 가야 할 때면 정말 미안했어요.
특히 답답했던 건 퇴근 후 문화생활이에요. 영화 보고 싶어도 영화관 셔틀이 없는 시간이면 택시를 불러야 했고, 주말에 핸드메이드 전시회나 카페를 가고 싶어도 누군가의 일정에 맞춰야 했어요. 너무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장롱면허 상태를 벗어나야겠다고 진짜 결심한 건 어제는 아니고... 지난 몇 개월간 계속 마음먹다가 이번 4월에 드디어 움직였어요. 이제 주말에 혼자 어딜 가든 내 차로 간다는 생각이 설레었거든요.
안산에서 운전연수 학원을 찾는 게 처음엔 겁났어요. 유튜브도 찾아보고, 지인들한테도 물었는데, 결국 인터넷 후기와 위치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어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중앙로에 있는 곳이었거든요.

학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일정이었어요. 직장 다니면서 주말에만 받을 수 있는 커스텀 수업을 해주는지, 강사분이 편안한지, 이런 게 더 중요했어요. 첫 상담 때 원장님이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생각해요"라고 말씀해주셔서 결정했어요.
첫 수업은 토요일 오전 10시였어요. 날씨도 흐렸는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맑은 날보다는 차가 좀 덜 다니거든요. 강사님은 40대 후반의 온화해 보이는 남자분이셨는데, 저를 보자마자 "장롱면허 많이 있어요. 걱정 마세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안심됐는지 몰라요.
첫날은 동네 도로부터 시작했어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핸들을 잡아보고, 그 다음 골목길, 그 다음 조금 큰 도로. 차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감각을 익히는 거였어요. 강사님이 "급하게 할 필요 없어요. 일단 차를 내 몸처럼 느껴야 해요"라고 자꾸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오른쪽 어깨를 너무 과하게 들었다고 했어요. 긴장이 되니까 자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고 있었던 거 같아요. "어깨 내려요, 호흡하세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ㅋㅋ
둘째 날은 일요일이었고, 드디어 좀 더 큰 도로에 나갔어요. 안산 해안도로 근처를 도는 코스였어요. 첫 신호등을 지날 때 완전 긴장했거든요. 내가 빨간불을 놓칠까봐, 악셀을 너무 밟을까봐 자꾸 차선을 벗어날까봐. 손에 땀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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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강사님이 옆에서 침착하게 말씀하셔요. "안산 구간 이 도로는 차가 그리 많진 않으니까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뒤에서 차가 빠르다고 해서 당신이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라고. 그 말이 진짜 필요했어요.
차선 변경을 처음 해본 건 이날이었어요. 강사님이 "미러 먼저 봐요. 옆을 안 본다고 생각하고 미러만 봐요"라고 했는데, 제 눈은 자꾸 바깥쪽을 향했어요. 세 번째 시도 만에 겨우 제대로 했거든요.
셋째 날도 일요일이었는데, 이때는 조금 자신감이 생겼어요. 첫날, 둘째 날의 자동차가 무겁고 큼지막하게 느껴지던 게 이제는 어느 정도 내 손에 맞춰진 느낌이었거든요. 오후 2시 정도였는데, 해는 밝고 차도 제법 많았어요.
이날은 팬택로 근처도 돌았어요. 조금은 복잡한 교차로도 통과했고요. 강사님이 "오늘은 혼자 한 번 해볼게요"라고 하셔서 거의 주도적으로 운전했어요. 미러 보고, 신호 확인하고, 차선 변경하고... 모든 게 아직 서툴지만, 적어도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강사님이 "차에서 내리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루면 돼요. 차가 너를 먹진 않으니까"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운전의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도한 긴장은 실수를 불러오니까요.
이제 주말에 차를 끌고 나가기가 너무 편해졌어요. 지난주는 혼자 팬택로 카페까지 가봤어요. 심장이 철렁했지만, 차선도 밟았고, 신호등도 지났고, 결국 주차했어요. 그냥 그 길이 고마웠어요. 혼자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안산이 내 도시라는 생각도 처음 들었어요. 전에는 버스나 누군가의 차를 통해서만 봤던 길들이, 이제는 내가 운전하면서 직접 다니는 길이 된 거거든요. 해안도로의 풍경도 더 잘 보이고, 신호등 있는 교차로도 그냥 교차로가 아니라 내가 넘어야 할 과제처럼 느껴져요.
요즘 일요일 오후가 최고 좋아요. 그냥 카페 가고 싶으면 가고, 영화관 가고 싶으면 가고, 드라이브하고 싶으면 한다는 게 뭔가... 자유로워진 느낌이거든요. 운전연수를 받기 전엔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진짜 혼자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몇 달이 더 필요할 수도 있어요. 아직 고속도로도 무섭고, 밤 운전도 어렵고, 주차도 한두 번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처음과는 다르게 이제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괜찮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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